공지
한국법조인대관 DB를 불법·무단으로 수집·활용할 경우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한국법조인대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 한국법조인대관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판사
3,078
검사
2,220
변호사
29,290
군법무관
172
공무원
380
교수
350
정치인
68
기타
331
한국법조인대관 상세검색
초기화하기
경력사항
전체
직종
전체
현직장
전체
시험종류·회수
전체
연수원기수
전체
학교
전체
출신지역
전체
검색방법
등재안내
본인정보인증
열람안내
NEWS
기사로 만나는 법조인
1/3
정주백
교수
충남대학교
29
테스트 이미지
[연구논단] 변호사 광고의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중 과잉금지원칙 적용에 관한 검토
  로톡 사태에 대응한 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5조 제2항 제1호 중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 부분에 대해 헌재는 위헌으로 결정했다.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결론이 다르다. 그러나 둘 모두 아무런 논증이 없다. 무엇이 이 결론을 만드는가? 헌법인가? 재판관의 감각인가? 데이터(data) 없는 과잉금지원칙은 ‘감각’을 포장하는 도구일 뿐이다. I. 도입이른바 로톡 사태에 대응한, 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제44호, 2021. 5. 3. 전부개정된 것)을 다투는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이 선고되었다. 헌재 2022. 5. 26. 2021헌마619, 판례집 34-1, 501. 이 결정에서 다룬 대상들 중 위 규정 제5조 제2항 제1호 중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 부분(‘대상규정’)에 대한 과잉금지원칙 적용 부분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대상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호사등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는 자(괄호 안 부분 생략)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괄호 안 부분 생략)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하여 변호사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 Ⅱ. 검토1. 목적의 정당성헌재는 대상규정의 입법목적을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질서의 훼손을 방지하고 법률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판례집 34-1, 501, 521, 이하 쪽수로만 인용))이라 확정하고, 바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헌재는 ① 변호사의 공공성 확보, ② 공정한 수임질서의 훼손 방지, ③ 법률 소비자의 피해 방지라는 세 가지 목적을 제시한다. 이 목적들이 어떻게 도출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다. 헌재가 스스로 확정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입법의 목적은 입법자의 내심의 의사다. 그것을 재판기관이 아무런 근거 없이, 또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확정할 수는 없다.   위 규정에 규율을 위임한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 제7호(그 밖에 광고의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受任)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는 광고)에서 정하고 있는 위임의 범위를 그대로 대상규정의 목적으로 의제했다. 대상규정이 위임의 취지를 충실히 좇아 규율할 것을 전제로. 그러나 입법자가 다른 의사를 지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21년 당시 변호사들이 ‘법률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상규정이 개정되었음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변호사들이 ‘법률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상위의 목적과 연결될 수 있다. ① 변호사의 공공성 확보, ② 공정한 수임질서의 훼손 방지, ③ 법률 소비자의 피해 방지 중의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사건 결정의 경우와 같이 막연하게 위의 ①, ②, ③이 입법목적이다. 라고 하여서는 곤란하다. 최소한①, ②, ③ 중에 어느 것과 연결되는가는 응답되어야 한다.   입법목적을 역사적·주관적 의사를 무시하고 규범적·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경우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방법의 적절성 판단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목적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객관적으로 실현해 낼 수 있는 이익을 목적이라고 확정하였으니, 방법의 적절성이 부정될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영(零, zero)이다.   대상규정에 관해 여러 가지 목적이 제시되었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는가는 심사의 과정에 드러나 있지 않다. 만약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어떤 규제도 정당화되어질 수 있다.   목적의 수준이 확정되지 아니하니 침해의 최소성 심사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 법익의 균형성은 어떠한가? 달성되어질 공익의 수준, 나아가 크기가 확정되지 아니하면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 아래에서 다시 본다.2. 방법의 적절성헌재는 “광고업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광고를 의뢰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은 앞서 본 입법목적인 변호사의 공공성, 공정한 수임질서 유지,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527쪽)고 한다. ‘광고업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광고를 의뢰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은 대상규정의 내용을 설명한 것이고, 바로 이어서 ‘입법목적인 변호사의 공공성, 공정한 수임질서 유지,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전혀 논거가 없다.  일체의 광고를 금하는 것은 변호사의 공공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효한 수단이다. 다만 너무나 강력한, 다시 말하자면 기본권 제한의 양이 너무 큰 방법이다. 이 방법이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판단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예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반대의견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538쪽)이라 한다. 여기서도 방법의 적절성을 설명하는 논증의 양은 零이다. 법정의견이나 반대의견이나 방법의 적절성 항목에 대한 논증의 양은 모두 零인데 그 결론은 180도 다르다. 이것이 충분한 논증이고, 좋은 논증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3. 침해의 최소성헌재는 대상규정이 “변호사 업무 광고에 대한 규제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섬세하게 재단된 것이라 할 수 없”(528쪽)고,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고 광고업체를 통한 광고방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규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529쪽)이고, 다른 방법으로써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529쪽).   그러나, 헌재는 앞에서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위 2. 참고). 방법의 적절성이 부정되었는데,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판단에 나아갈 수 있는가? 없다.   침해의 최소성은 방법의 적절성이 충족될 것을 전제로 한다. 당해 심판대상으로 된 방법이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데, 다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과 비교하여 가장 덜 침해적인 방법인가를 심사할 수는 없다. 양자는 비교될 수 없다.   한편 반대의견은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한 후에, 침해의 최소성에 관하여 대상규정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필요한 범위 내의 제한이라고 볼 수 있고, 달리 입법목적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하여 달리 덜 침해적인 수단을 찾기도 어렵다.”(539쪽)고 하면서 법정의견과 결론을 달리하였다.   논리적으로 맞건 틀렸건 법정의견이 보다 덜 침해적인 방법이라고 하면서 제시한 방법들이 있는데,(528-529쪽) 이것들이 보다 덜 침해적이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논증하지 아니하고, 그냥 ‘달리 덜 침해적인 수단을 찾기도 어렵다’라고 해서는,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쟁점을 공유하고 각 쟁점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내고 논증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각자 의견을 낼 뿐 어디서 의견이 갈리는지, 왜 갈리는지 의견이 모일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하여 토론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4. 법익의 균형성법익의 균형성은 침해되는 사익과 달성되어지는 공익의 양을 비교하는 심사기준이다. 비교를 한다는 것은 그 양이 숫자로 표시되어야 한다. 사회과학계에서는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추상적 가치나 불이익을 양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한다.   통상 법익의 균형성은 과잉금지원칙의 핵심이라 말하여진다. 그러나 그 말은 적어도 한국의 헌법재판을 적절하게 묘사하는 말은 아니다.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헌재는 대상규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정한 수임질서의 유지나 소비자의 피해 방지라는 공익도 중요하나 (…중략…) 이 사건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 변호사들은 광고업자에게 유상으로 광고를 의뢰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되어 표현의 자유, 직업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고, 청구인 회사로서도 변호사들로부터 광고를 수주하지 못하게 되어 영업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위 규정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529쪽)   여기서는 ‘공익도 중요하나’ 청구인들의 각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 하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과 ‘중대한 것’을 비교하여 중대한 것이 더 크다고 말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대상규정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청구인들의 사익보다 위 규정이 달성하고자 하는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질서의 유지, 소비자의 피해방지라는 공익이 더 크다 할 것이므로”(540쪽) 대상규정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였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양은 영(零)이다.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그냥 각자 돌아앉아서 나는 공익이 더 커, 나는 사익이 더 커, 하면서 결론을 내고 있다. 이렇게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각자 데이터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검증하여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의 차이는 해소되어 간다. 논리적으로 더 이상 해소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면, 그 때 비로소 가치관(價値觀)이 등장할 수 있다.Ⅲ. 결론과잉금지원칙을 운용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을 한 후 결론을 내야 한다. 그 데이터를 모을 수 없거나, 토론할 의사가 없다면 과잉금지원칙의 운용을 포기하여야 한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데, 그리고 토론도 없는데 결론은 내려진다면 우리는 그 결론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자의적이라는 말은 이 때 사용되어질 수 있다.*이 글은 정주백, “변호사 광고의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2021헌마619)에 관한 분석- 법문, 그에 대한 해석, 그리고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에 대한 문제 제기 -”, 『법학연구』 제34권 제1호, 충남대, 2023, 57 이하 중의 한 쟁점을 축약한 것이다. [여기]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정주백 교수(충남대 로스쿨)    
2023-06-04
김광중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한결
36
테스트 이미지
[판례평석]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5. 대상판결의 의의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황예영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한결
7
테스트 이미지
[판례평석]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5. 대상판결의 의의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노혁준
교수
서울대학교
25
테스트 이미지
[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3) 회사법
1.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청구 시 합리적 의심이 생길 정도로 이유를 기재해야 하는지 (소극)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70163 판결)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원고(여동생)는 피고회사의 소수주주인바 사내이사(오빠)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회계장부 열람 등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고,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2) 해설 종래 다수 하급심 판례 및 원심과 달리, 이 판결은 (이유 기재 자체로 허위이거나 목적의 부당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이유 기재는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이 판결도 모색적 증거수집을 위한 열람청구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회계장부 등 열람은 회사의 자료보호에 관한 이익과 소수주주의 정보접근에 관한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입증정도로서 ‘증거의 우위’를 요구하는 미국 판례 등과 비교할 때 이 판결은 소수주주 보호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이해된다. 판례 입장은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 서면으로 이유를 밝히도록 한 대표소송 등 다른 경우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 사외이사에게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구축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적극)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등 입찰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약 1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자, 그 소수주주들이 전직 대표이사,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피고들은 입찰담합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이를 의심할 사정도 없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모든 이사는 적어도 …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설시했다. 특히 사외이사의 경우에도 “…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등의 경우에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2) 해설 종래 대법원은 모든 이사가 감시의무를 부담한다고 설시한바 있으나(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사외이사 등 업무집행을 담당하지 않은 이사의 책임이 인정된 것은 본 사안이 최초이다. 물론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감시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하여 상당부분 손해액이 감액되기는 하였다. 그럼에도 회사에 과징금 등 제재가 내려진 경우,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들의 감시의무 위반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본건처럼 반복되는 위법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경우 문제의 소지가 많다. 3.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제3자에 발행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BW)의 신주인수권이 대주주에 분리 양도되고 이후 행사됨으로써 대주주가 신주를 취득한 경우 신주발행 무효의 소의 제소기간(=신주발행일로부터 6월)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다201054 판결)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피고회사는 사모 분리형 BW를 투자조합 등에 발행하였는데, 피고회사 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위 BW의 신주인수권을 투자조합 등으로부터 양수하였다. 대주주는 BW 발행일로부터 6월이 경과한 이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피고회사 신주를 취득하였다. 원고는 피고회사 소수주주인바, 만약 최초의 BW발행 무효만 주장할 수 있다고 보면 제소기간 경과로 이를 다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대주주가 양수된 신수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를 취득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이 신주발행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제3자에 발행된 BW의 신주인수권을 대주주가 양수하여 신주를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회사가 직접 대주주에 신주를 발행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았다. (2) 해설 이 사건 판결은 BW의 신주인수권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제3자를 거쳐 대주주에게 양도된 경우 신주발행 규제에 허점에 생긴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형평에 부합할지 모르나 그 논리전개가 치밀한지 의문이 있다. 제3자에 대한 BW 발행을 대주주에 대한 신주발행과 동일시한다면 오히려 BW 발행일을 기준으로 제소기간을 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신주발행으로 인한 지분구조에의 현저한 영향 여부를 BW 발행 당시와 신주발행 당시 중 어디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4. 정관에 배당금 지급 조건이 명확히 규정된 경우 그 조건이 갖추어진 때에 구체적 이익배당청구권이 성립하는지 여부 (적극)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63574 판결)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원고는 피고회사 소수주주인바, 정관에 규정된 당기순이익 등 배당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피고회사가 그 지급을 거절하자 소를 제기했다. 피고회사는 배당에 관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의 작성, 주주총회 승인이 없었으므로 구체적 배당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즉 정관이 배당금 지급조건 및 산정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이사회가 달리 판단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결의가 된 때에 구체적 배당청구권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2) 해설 원고가 승소함이 정의 관념에 맞는다. 피고회사는 정관에 명시했던 소수주주와의 합의사항을 배당법리에 관한 기술적 해석으로 외면하려 했다. 투자자 보호장치를 정관에 규정한 경우 가급적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은 수긍할만하다. 5. 소멸회사의 위법행위를 근거로 존속회사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적극)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두31433 판결)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의 존속회사인 원고를 상대로 내린 시정명령에 원고가 불복한 사안이다. 위 시정명령은 합병 이전에 이루어진 소멸회사의 구입강제행위 등을 문제삼았다. 당시 공정거래법은 합병 이전에 이루어진 소멸회사 행위에 관해 존속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시정명령 부과 근거조항은 두지 않았다. 대법원은 합병인 경우 소멸회사의 공, 사법상의 권리, 의무가 포괄적으로 존속회사에 승계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 해설 합병 이전 소멸회사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존속회사를 제재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많다. 판례는 벌금형의 경우 이를 부인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이 판결로 인해 과징금, 시정명령 등 행쟁제재 처분인 경우 존속회사가 제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 판결이 단순한 사실관계는 포괄승계 대상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분할합병 사안) 등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6. 시장주가가 이미 합병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해야 하는지 여부 (소극) (대법원 2022. 4. 14.자 2016마5394, 5395, 5396 결정) (1) 사실관계 및 판시사항 원고는 구 삼성물산의 소수주주로서 구 삼성물산이 구 제일모직에 흡수합병될 때에 이를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다. 회사는 매수가격으로서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전일의 시장주가에 기초하여 1주당 57,234원을 제시하였으나, 원고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법원에 가격 결정을 구하는 본건 비송사건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위 가격이 공정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합병 영향이 배제된 시점인 구 제일모직의 상장일 전일을 기준으로 1주당 66,602원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2) 해설 자본시장법령을 맹종하여 이사회 결의 전일 무렵의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많고 이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다. 자본시장법 구조상 대법원이 그 시행령 등에 기속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 결정으로 인해 특히 계열사 간 합병인 경우 주식평가에 법원이 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7. 카톡에 의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요구의 적법성 여부 (적극) (대법원 2022. 12. 16.자 2022그734 결정) 신청인이 대표이사에 임시 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총회 소집허가를 구한 사안이다. 회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대표이사에 전달한 것은 상법 제366조 제1항의 ‘서면 또는 전자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전자문서의 범위에는 널리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모바일 메시지 등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일상 생활에서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의사전달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점과 소수주주 보호 필요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접근으로 보인다.   노혁준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3-06-04
한동철
변호사
순천지원 국선전담변호사사무실
35
테스트 이미지
[법조광장] 복기(復棋)
  바둑에는 “복기”라는 것이 있다. 대국이 끝난 후에 둔 바둑을 다시 둬보면서 좋았던 부분과 안 좋았던 부분을 돌아보며, 승리 혹은 패배의 원인 그리고 향후 대응 방법 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복습이다. 그런데, 변호사에게는 상소 제도(민사의 경우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2심 판결에 대한 상고)라는 것이 있어서 자신이 수행한 사건을 복기할 수가 있다.    바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진 싸움은 복기하기 괴롭다. 하지만, 인생사 대부분이 그렇듯 아픔을 곱씹고 패배의 상처를 핥으며 복기를 해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잃기 전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주지만, 소를 잃은 자는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재판에 진 후 쳐다보기도 싫은 사건 기록을 앞에 두고 키보드에 ‘항소이유 준비서면’ 혹은 ‘상고이유 준비서면’이라는 제목을 치고 바라보는 저녁은 괴롭다.   이제부터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박뿐 아니라, 판결문을 통해 "원고는 어찌어찌 주장하나 관련 증거에 비추어 인정되지 않고 대법원 판례나 일반인의 경험칙에 반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라고 점잖게 꾸짖고 있는 원심 재판장의 논리를 깨야 하는 막막한 시간이 남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긴 싸움도 복기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는 우리 측이 승소한 소송 결과에 대하여 상대방이 항소 혹은 상고를 할 때 생긴다.   바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긴 싸움에서는 성공보수라는 달콤한 과실이 있고 거기에 상대방이 항소까지 해주면 항소심 수임으로 이어져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이런 경우 저녁을 맛있게 먹고 와서 기분 좋게 사건 기록을 펼치며 ‘항소에 대한 답변서’나 ‘상고에 대한 답변서’에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로 달리는 키보드는 너무나도 즐겁다(이 경우에는 원심 재판장도 내 편이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는 조롱하며 우리를 추궁한다. 지나간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라고”(샤를 보들레르, ‘자정의 성찰’ 중에서)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동료 변호사들이 있음을 생각하며, 이겼을 때는 손에 조금만 사정을 두고(“피고 대리인의 어이없는 주장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라는 식의 글은 자제하자), 졌을 때도 지나치게 낙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동철 국선전담변호사(전남 순천)  
2023-06-04
윤종수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광장
22
테스트 이미지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법률가의 지속가능한 모험’
    [ 약   력 ] 홍익대부속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윤종수 변호사는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을 합격해 1993년 사법연수원을 제22기로 수료했다. 같은 해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울지법 북부지원, 서울고법 판사, 대전지법 논산지원장 등으로 근무했다.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201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의 TMT·IT 그룹에서 활동 중이다. 개인정보전문가협회 부회장,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가상자산업권법 입법 태스크포스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브라우징 자유’ 논문으로 삶의 터닝포인트 맞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운동으로 빨갱이 소리까지한가지에만 함몰되는 건 내가 원하는 삶 아냐 인디밴드 지원 프로젝트도 다양한 관심 덕분 단단한 체구와 안광이 유독 빛나는 윤종수 변호사(59·사법연수원 22기)는 온몸에서 ‘생기’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는데, 특이한 것은 그것에 어떤 운율 같은 게 느껴졌다는 거다. 빠른 템포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에는 랩처럼 들리기도 했다. 2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성직자 다음으로 운신의 폭이 좁은 직업이라는 법관으로 지냈다고 들었는데 그의 첫인상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세계를 숨길 생각이 없는 자유롭고 파격적인 마에스트로 같은 느낌이었다. “부천 소사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부산 분이고 어머니는 강화도 분인데 아버지는 호인 스타일이었고 술도 좋아하셨고 호기심도 많은 분이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아버지가 일을 벌이면 어머니가 뒤에서 수습을 했달까요. 어머니는 책임감도 강했고 꼼꼼하셨어요. 제가 장남이었는데 좀 명석해 보였는지 상당히 엄격하게 양육을 하셨어요. 매도 많이 드셨지만 학교에도 자주 오셔서 기도 살려주시고 그랬죠. 제가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단도리를 하신 거죠.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저 사이에 끈끈한 유대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요.”그렇게 말하고선 그는 자신의 성장기에서 아주 중요한 모티프였다면서 횡성에서의 체험을 들려준다.“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일을 따라 가족이 강원도 횡성으로 이사를 갔어요. 2년 정도 살았는데 전형적인 ‘서울 촌놈’이 강원도 시골에서 지내던 그 시기가 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것 같아요. 낯선 환경이나 다른 스타일에 적응하는 법, 다양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연 속에서의 야성 같은 걸 느낀 거죠. 감수성도 풍요로워지고 세상에 대한 시야가 확장되었다고 할까요.”법대를 나와 판사를 거쳐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호기심이 넘치는 이과적 성향이었다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러면서 법률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를테면 우연 같은 것이었다는 것이다.“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세운상가에도 자주 갔거든요. 그런데 1학년 때 수학 성적이 잘 안 나와서 문과를 택한 거예요. 그리고 성적에 따라 법대를 갔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문과로 정한 뒤인 2, 3학년 때는 수학 성적이 또 잘 나왔어요. 대학에서 과외를 할 때도 수학 과외를 주로 했구요. 저에겐 이과 감성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입학하자마자 사법시험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학생운동에 매진하는 친구도 있고 그랬는데, 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방황을 좀 하다가 대학원에 가서야 정신을 좀 차리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어요.” 세렌디피티라는 말이 있다. 어떤 우연은 필연을 만들기 위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판사로 임용되었지만 늘 마음속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길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희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러다 만난 것이 1990년대 초반 PC 통신이다. 그는 시삽을 맡으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단다. 향후, 그가 법률가로서 독보적 전문성을 갖게 될 첨단 정보통신, 개인정보,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 그가 입문한 순간이다.   “사주에도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나오더라구요.(웃음) 제 삶의 터닝포인트는 마흔 살이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에 법원의 지원으로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오니까 정보법학회지에 논문 하나를 써보라는 권유가 있어서 쓰게 됐어요. 통신사가 음란사이트를 차단했는데, 그게 이용자들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했던 사건이었는데, 그럴 때 사용자의 법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이슈가 되었죠. 그래서 제가 그 사건을 가지고 브라우징의 자유와 헌법적 가치를 주제로 한 논문을 써서 발표했어요. 통신사의 사이트 차단을 자유 침해로 보았던 거죠. 그러자 주변에서 다들 좀 갸우뚱하는 반응이었어요. 아무튼 그 논문이 계기가 되어 정보법학회라는 학회의 총무를 맡게 됐죠.”브라우징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의 자유에 대한 문제를 짚은 것은 물경 20년 앞을 내다보는 판사의 비상한 통찰이었다. 그는 그 시기, 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는 비영리 단체와 인연을 맺는다.“2003년인가 정보법학회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는 비영리 단체에 관심을 갖고 사무총장을 초대해서 국제 컨퍼런스를 했어요. 인터넷 자유주의자인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창립한 것인데요. 그가 하는 말은 인터넷 기반으로 앞으로 창작이나 발표의 기회도 많아지고 리믹스도 할 수 있게 될 텐데 기존의 저작권법이 이런 환경에 안 맞는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니까 저작권자를 설득해 저작권을 풀어주는 운동을 시작한 것이죠. 저작권자의 이름을 밝히거나 비영리로 쓰는 등 몇 가지 조건만 지키면 저작물을 무상으로 쓰게 하는 문화운동, 저작권을 약화시키는 사회적 운동을 벌인 거예요. 각 나라에 라이선스 버전을 만들려고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그 운동의 취지에 끌렸던 제가 그걸 맡게 되었어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저작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은 오해를 했다는 거예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벌이는 운동의 핵심은 저작권을 부정하거나 부수는 게 아니었거든요. 저작권자들이 자율적으로 저작권을 풀어주자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빨갱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법률가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이런 운동이 확산되면 다양한 협업이나 융합이 가능해지거든요. 그 뒤로도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했어요. 그 일로 제 삶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윤 변호사는 쉼없이 우리 사회 창의성과 다양성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저작권 공유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했다. 그때 그의 인상은 다시 한번 변개해서 문화운동가, 게릴라 같은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다. 자유의 전사 같은 이미지였다고 할까. 그의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은 자유의 확대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런데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법원은 보수적인 집단 아닌가. 그런데 그는 판사로 물경 21년을 근무하는 와중에 그런 바깥의 일, 가외의 프로젝트를 벌인 것이다. “무언가 한 가지에 함몰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법원에서뿐만 아니라 무슨 일에 붙들리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무리를 하게 되거든요. 친구들도 제가 판사를 1년 정도 하고 나올 거라고 했는데, 판사가 직업으로서는 좋은 직업이에요. 독립적으로 일하고 보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법원이 보수적이어서 판사는 법정에서만 말한다는 게 불문율이었고 저처럼 바깥 활동을 활발히 판사의 선례가 없었어요. 결과적으로는 판사로서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갖출 수 있다는 어떤 선례를 제가 보여준 거지요.” 하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이에겐 필연적으로 고독이 따라붙는다. 자발적 소외를 감행한 자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일 테다. 그 역시 마이너한 정서를 가지고 다양하면서도 사소한 분야의 이슈를 파고드는 동안 어지간히 외롭고 고단했으리라.     그에게 다시 판관 출신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늠키 위한 질문을 던졌다. 어떤 시대적 경향이나 정파적 분위기에 부합하는 판결을 법원이 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내가 예로 든 것은 노동쟁의 같은 사건에서 법원이 심심찮게 노동친화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이 혹여 정파적 고려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뜻밖에 윤 변호사의 입에서 소신 발언이 나온다.“사건이 일어난 입체적 상황, 결정이 미치는 영향 등을 세심하게 따져봐야 해요. 같은 사건은 하나도 없거든요. 노동의 문제 역시 복잡해요. 당사자들이 대등한 관계도 아니고 결정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도 크거든요. 사건 당사자 중 예컨대 노동자 쪽 손을 들어줘서 노동 친화적인 판결을 했다고 단순히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건 기록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판사의 판결에 다른 판사가 뭐라고 말해선 안 돼요. 법원의 문제는 그런 소신 판결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판결에 대해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무난히, 어느 쪽으로부터도 욕을 안 먹으려는 태도가 문제인 거죠.”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본 프레임을 설명한다.“진영은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든요.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양단간으로 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판사 신분으로 비주류 쪽 이슈에 관심이 많았고 친교하는 사람들 중에는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어요. 제가 판사로 있을 때 맡았던 사건 중 청각과 언어에 장애를 가진 농아가 자기를 불심검문하는 경찰에게 불응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려고 해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가 된 사건이 있었어요. 1심에서도 유죄가 나왔죠. 그런데 제가 법정에서 보니까 농아의 언어가 우리와는 다른 거예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되고 답답하니까 자연히 제스처가 커지고 얼굴도 붉으락푸르락해지고 그러는 거예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게 폭력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같은 농아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의사표현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무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 있었어요.”최근 그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일로 매스컴을 탔다. 이것 역시 다양한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참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커뮤니티는 장벽이 느슨해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고 자연스럽게 타인의 생리와 정서를 이해하고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여러 공연들이 모두 중단되었는데, 클래식 쪽이 상당히 심했어요. 그쪽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없거든요. 대관도 자비로 해야 하고, 또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유튜브에 뭘 올리지도 못해요. 그래서 클래식을 지원하는 모임을 하다가 인디밴드에 관심이 갔어요. 한국예술위원회에서 정의하는 예술에는 대중음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법적인 틀로는 지원하는 게 어려웠죠. 그래서 후원도 받고 표를 팔아서 재원을 마련해 온라인 공연을 기획했어요. 티켓을 판매한 돈만 수천만 원에 달했죠. 저와 아티스트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친구와 기획해서 그런 일들을 했던 거죠. 이것 역시 문화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윤종수 변호사에게 근미래에 세워둔 특별한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니 의외로 내년에 자신의 환갑잔치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려준다. 그는 예전부터 어머니에게 자신의 환갑잔치상을 직접 차려달라는 말을 했단다. 그걸 내년에 하겠다는 것이다. 자, 이게 무슨 셈속일까. 윤 변호사가 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어머니와 함께 동생이 은행에 갔는데, 윤 변호사가 그간 용돈으로 드렸던 돈을 고스란히 통장에 모아두고 아들의 환갑잔치에 쓰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어머니에게 환갑잔치를 해달라고 요청한 건 아들이다. 어머니가 아들의 환갑잔치를 열어주려면 일단 그날까지 건강하게 구존해 계셔야 한다. 그러니 아들은 환갑잔치상을 차려달라는 말로, 어머니의 장수와 건강을 계속 염원한 것일 테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환갑잔치상을 차려달라는 그의 응석어린 위트가 슬프면서도 갸륵하고 또 감동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후배 변호사들과 밴드를 하고 있는데 자신은 기타를 맡고 있다고 했다. 밴드 명이 크레이지 코드(미치는 법)란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잖아도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그의 모험이 가능할 리는 없다. 그는 미친 척 편견 없는 세상의 자유를 꿈꾸는 고귀한 안티히어로다. 김도언 시인(소설가)  
2023-06-04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12
테스트 이미지
구석기시대 인류처럼 먹으면 건강할까?
구석기 인류가 먹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 팔레오 다이어트(PD)이다. 구석기시대는 대략 26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이다. 농사와 목축이 신석기시대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PD는 곡류, 콩류, 유제품, 정제된 소금, 조미료, 가공식품 등을 배제한다.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단백질, 지방 섭취를 권장하는 저탄고지 식단의 일종이다. PD 논리는 선명하다. 인류사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구석기시대에는 비만 없이 건강했고, 당시 환경에 적응한 인간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는데 문명으로 음식이 달라지면서 유전자와 어긋났기 때문에 만성질환이 생겼다는 것이다. PD는 유전자와 일치하기 때문에 건강에 최적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맞는 주장일까? 지난 1만년 동안 유전자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틀렸다. 인류는 음식 환경 변화에 적응해서 끊임없이 진화하여 왔다(2016 논문). 예를 들어 목축으로 소나 양의 젖을 먹기 시작한 후에 젖당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다.     쓴 아몬드(bitter almond)  야생인 쓴 아몬드는 청산가리 성분 때문에 독성이 있다. 식용인 단 아몬드와 비슷하지만 더 작고 끝이 약간 뾰쪽하다.     인류가 고기를 많이 먹도록 진화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육식동물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합성하도록 진화했다. 인간은 체내 합성을 하지 못해서 반드시 식물을 먹어야 하고 식물 소화를 위해 소화관이 길다. 고기 끊는 날카로운 이빨은 없고 식물을 갈기에 적합한 넓은 어금니를 가졌다. 구석기시대에는 식물이 귀한 추운 지방을 제외하고는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다(2013 논문). 유적에서 동물 뼈만 발견되고 분해가 빠른 식물은 남아있지 않아 착시 효과가 있지만 구석기인의 치석에서 곡류와 콩류의 DNA가 발견되었다. 당시 약 1/3의 열량을 탄수화물에서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2006 논문). PD에서 권장하는 음식은 구석기시대 실제 음식과 크게 다르다. 닭은 원산지인 동남아 정글에서 다른 곳으로 퍼진 것이 5천년도 되지 않았다. 양배추, 방울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등은 구석기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야생 채소 대부분은 쓴맛, 독소, 거친 질감으로 먹기 어려웠다. 상추는 쓴맛과 라텍스 성분으로 소화시킬 수 없었고, 당근은 쓴맛과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었으며 토마토와 가지도 독소가 있었다. 이런 채소들이 식용으로 개량된 것은 몇천 년 되지 않는다. 야생 아보카도와 블루베리는 크기가 작아 먹기 힘들었다. 야생 아몬드는 청산가리 성분 때문에 먹을 수 없는데 BC 4천년 근동에서 독성을 최소화한 돌연변이를 골라 재배를 시작했다. 식물기름은 대부분 화학물질 없이 추출할 수 없다. 올리브유 같은 예외도 압착기가 필요하므로 구석기시대에 먹을 수 없었다. 야생 식물은 결실이 많지 않아 배불리 먹을 정도로 채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구석기 인류는 열량 부족으로 비만이 없었을 뿐이고 단명했다. 만성질환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오래 살지 못했다(2006년 논문). PD의 건강 효능도 불확실하다. 체중 감소는 6개월 후 가장 크지만(2019 메타분석),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2017 논문). 만성질환 감소 효과도 확실하지 않다(2015 메타분석). 결국 PD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미신에 불과하다(2015, 2017 논문). 건강은 일시 유행하는 식단보다는 채소, 과일이 풍부하고 곡류, 콩류, 유제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자연음식과 적당한 운동으로 지켜야 한다.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2023-06-03
정문선
변호사
법무법인 채율
4
테스트 이미지
[기고] 외제차 없으면 억울한 자동차보험
  잠깐의 수리기간 동안 무조건 외제차 대차료로 인정하는 해석은 오로지 외제차 보유자만을 위한 게 아닐까?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보유한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보험이다. 비록 민영 보험사가 운영하는 상품이지만, 주요한 내용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금융감독원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 담고 있는 표준약관을 기초로 하고, 피해자의 조속한 치료와 사회복귀, 교통사고의 적절한 처리와 사회적 책임의 분담에 있어서 국가적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보험상품의 약관에 대해서, 약관의 구속력에 대한 ‘의사설’을 취하는 법원의 태도에 의한다면, 자동차보험의 약관도 피해자에 대해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상품의 약관이라는 이유로 모든 약관의 적용 여부를 일률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 특히, 각 행정부에서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것을, 단지 보험상품의 약관에 편입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여야 한다는 입장은 융통성과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보험상품의 약관이 ‘규범설’과 같이 피해자에게 직접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보편 타당한 ‘손해 산정의 일응의 기준’으로는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건강보험에서 의료행위에 대하여 진료수가의 기준을 책정하고 있고, 그 지침이 의료비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되는 것과 같은 논지에서 말이다.교통사고 피해차량의 자산가치는 당연히 보전되어야 할 것이므로 전손이라면 사고당시 시세를, 부분 파손이라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리를 통하여 발생하는 수리비를 각 보험사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제 피해차량에게 수리를 하였음에도 시세하락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 또한 배상하고 있다. 즉 자산가치로의 손해배상은 다른 방법으로 이미 충분히 보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제차의 파손으로 발생하는 잠깐의 수리기간동안 이동수단의 부재로 인한 교통비나 이용가치의 손해에 대해서도 무조건 외제차의 대차료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해석은 오직 외제차 차량 보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닐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은 민법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민법 제393조를 준용하게 되어 있고, 동 규정은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통사고는 대부분 과실사고로 고의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고, 차량을 운행하는 자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야기할 수 있는 사고이므로, 그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 피해자에게도 신의칙상 손해감축의무 또는 손해확대방지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나누어 부담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지급 보험금을 대폭 늘리고, 행정부가 연구용역이나 관련 업계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을 통하여 정한 것의 효력을 배제해가면서까지 외제차의 파손의 경우 외제차 대차료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부산지방법원의 외제차 대차료 소액소송의 판결은 민법상 손해배상의 범위가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함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에서 원용된 적이 없는 ‘완전 배상 원칙’을 근거로 제시하며 외제차 대차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고, 이 판결은 현재 외제차 대차료에 관한 급증하는 수백억대 소송에 불을 지핀 나비효과를 가져왔다.2022년을 기준으로 통계청 KOSIS 지표에서 확인되는 우리나라 자동차등록대수는 2500만대 이상이다. 국민의 절반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에서 고시한 표준약관을 따르는 동일한 내용의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 있으며, 그 손해율과 위험율에 기반한 보험료를 나누어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도 이에 대한 ‘약관의 구속력이 없다’는 한 문장만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문선 변호사(법무법인 채율·손해사정사)
2023-06-03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
30
테스트 이미지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 우리는 그런 같은 생각으로 모여 같은 행동을 한다.”
  MOB 트레이닝 센터 권배용 관장   M.O.B.(Mind Over Body), 청담동에서 10년째 격투 피트니스를 통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길러내는 권배용 관장님을 만나보았다.2013년에 문을 연 이래 미취학 어린이부터 직장인과 중장년층까지, 유명 전·현직 격투기 선수, 아이돌까지 남녀노소 모두 한 뜻으로 즐겁게 운동하는 곳이다. 격투기 하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나같은 초보자도 정착하게 만드는 비결이 뭔지 궁금하였지만, 언제나 조용히 운동하고 나가기를 일년째,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관장님께 여쭤보았다. 매일 일반인 레슨과 프로선수 감독을 하고 계시기에, 술을 거의 안드실 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이태리 원정 시합 간 김에 토스카나 와이너리까지 들를 정도로 와인을 사랑하는 분이었다! 테누타 포레스토 라이데알   신선경 (이하 “신”) : 언제부터 와인을 자주 드셨나요?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권배용 (이하 “권”) : 시작은 잘 모르겠지만 주위 분들 덕분에 시작한 것 같습니다. 와인은 음식과 먹어도 부담이 안되고, 과음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제가 와인지식이 없어도 지인들과 함께 마시면서 정보를 들으면 재밌고, 술자리에서 색다른 이야기 주제가 되어 좋습니다.신 : 와인은 주로 어떤 음식에 곁들이세요?권 : 차돌, 등심에 많이 먹고 낫또랑도 먹습니다.신 : 제자들이 주로 화이트를 선물한다 들었는데 레드는 안좋아하세요?권 : 레드도 좋아합니다! 끝맛이 무겁고 텁텁한 거 좋아하고, 뉴스에서 이병헌씨가 좋아한다고 하여 인도미타 자도즈 울트라 프리미엄도 찾아마셔봤는데, 정말 정말 좋아졌습니다. 텁텁하다 끝맛이 많이 남는, 와인을 마시고 고기를 먹어도 와인향과 맛이 남는 것을 좋아합니다.신 : 즐겨 가시는 식당은요?권 : 도산 붓쳐스컷이 맛있고 푸짐해서 좋아합니다.신 : 체육관에 유독 식당하시는 회원이 많은데 이유가 있나요?권 : 유명한 식당 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으시긴 한데, 스트레스가 많으셔서일까요?신 : 2013년에 여셨으면 10주년이고, 그동안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을텐데 어떤 점이 MOB 체육관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권 : 시간이 너무 빨라요.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처음 시작은 무섭지 않고, 서비스가 좋은 체육관, 보여지는 운동보다 움직임을 위한 체육관, 모두가 즐겁게 운동하고 건강해지는 체육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신 : Mind Over Body는 어떻게 생각해내신 거고, 체육관에서 사람들이 뭘 깨닫고 갔으면 좋겠어요?권 : MOB는 플레시몹의 몹으로 우리는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한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격투기가 무섭고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무슨 운동을 해도 상관없다, 즐겁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찾아 그게 습관이 되면 좋겠습니다.신 : 격투기는 어떻게 시작하셨고, 격투기는 왜 한다고 생각하시나요?권 : 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체중, 체고에서 유도선수였습니다. 부상과 사춘기로 25세에 유도를 그만두고 격투기로 전향했습니다. 격투기는 가장 원초적인 행동 운동으로, 내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본능으로 사냥도 싸움도 잘해야 모두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요즘 시대에는 명상이라 생각합니다. 운동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게 되니까 끝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개운합니다. 모든 걸 비워내는.신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권 : 앞으로 더 단단한 체육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같이 있는 친구들에 꿈에 도움을 주고싶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보다 주위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10년 아무것도 아니네요. 지나고 나니 웃음만 나와요. 신 : 레드 좋아하셔서 선물로 이태리 내추럴 레드 드리겠습니다. 테누타 포레스토 라이데알 2020으로 바르베라 100프로로 만든 유기농 와인이고, 플럼, 블랙베리, 체리, 야생딸기등 아주 농익은 과실느낌으로 고기와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좋은 체육관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짓수 레슨 중인 권 관장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
2023-06-03
리걸인
1/2
SK 렌터카 로고 이미지
SK 렌터카
사내 변호사 채용 (경력)
기간
2023.05.22~2023.06.04
포스코이앤씨 로고 이미지
포스코이앤씨
사내 변호사(해외법무) 채용
기간
2023.05.18~2023.06.08
토스증권 로고 이미지
토스증권
공개채용(Legal Counsel)
기간
2023.05.22~2023.06.11
율촌 로고 이미지
율촌
노동팀 소속 변호사 채용
기간
2023.06.16
북클럽
북클럽 이미지
[내가 쓴 책] 《잘 나가는 이공계 직장인들을 위한 법률·계약 상식》(최기욱 ㈜D&O 변호사 著, 박영사 펴냄)
  변호사가 되기 전,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해외플랜트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많은 계약을 담당하고, 많은 법적 문제를 검토하며, 많은 분쟁을 해결했다. 그렇다. 법과 계약은 법률가들의 전문분야이지만, 산업현실은 다르다. 수많은 법과 계약의 문제 중 극소수만이 법무부서로 올라가고, 거의 대부분은 법학 비전공자 직장인들이 해결해야 할 업무인 것이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국내 대기업들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이공계 출신 직장인들이 무척이나 많을 수밖에 없고, 법률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답답하다.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겪는 산업실무에서 필요하지만, 비전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진 참고할만 한 자료는 거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가득하고, 쉽게 풀어쓴 책들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생활법률상식뿐이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해결해 주고 싶었다.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와 관련하여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콕 찍어주는 그런 책을 쓰고자 했다. 전공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내용들, 그중에서도 업무에 꼭 필요한 지식들만 모았다. 일반적인 법과 계약 문제의 핵심 아이디어들은 물론이고 책 곳곳에 ‘FOB’, ‘LD’, ‘본드콜’과 같은 자주 접하지만 낯선 용어들에 대한 개념풀이도 담아 쓸모를 더했으며, 특별히 이공계 직장인들이 관심이 많을 특허와 저작권을 포함한 과학기술 관련 법률의 기초적인 내용도 담았다. 과거 직장생활에서의 경험, 현재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면서의 경험을 토대로 법학 비전공 직장인들이 많이 접하지만 관련 지식을 알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문제만을 추려담았다. 비전공자인 독자들을 위해 격의 없는 친근한 일상용어로 풀어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융합인재가 강조되는 시대다. 그 일환으로 몇 달 전 이공계 직장인의 로스쿨 생활기록을 담은 에세이 《비바! 로스쿨》과, 조직과 사회의 의사결정자인 문과 지식인들을 위한 인간과 인간사회에 관련된 과학적 논의들을 모은 《엘리트문과를 위한 과학상식》을 집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공계 직장인들을 위한 문과적 지식을 추려보았다. 융합인재라 하여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는 핵심적인 기초 지식들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 얇지만 충분한 책이 독자들의 업무능력 향상에 충분한 기여를 하기를,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작지만 충분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기욱 변호사 (㈜D&O)
최기욱
최기욱
변호사 (㈜D&O)
북클럽 이미지
[책 읽어주는 변호사] 《전사들의 노래》(홍은전 著, 오월의봄 펴냄)
  비장애인들이 평소 장애인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주변에 잘 보이지도 않는 것 같고, 어쩌다 장애인의 날이나 장애인올림픽 등 기념행사 때 언론을 통해 접하는 정도인 것 같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변호사처럼 장애인임에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혹은 비장애인보다 더 출중한 실력을 가진 엘리트 장애인들을 보며 우호적인 태도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서는 비장애인 시민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던 것 같다. 비장애인 시민들이 장애인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장애인들이 그저 조용히 있을 때’에 한정되는 것일까? 거꾸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과연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을지 말이다. 우리가 불편해지자, 대체 이들이 왜 이러는지 찾아보게 된다. 끝내 이들의 주장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들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이들이 장애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나서게 된 배경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들었다면, <전사들의 노래>를 읽어보면 어떨까. <전사들의 노래>는 장애인언론 ‘비마이너’가 기획하고, 기록활동가 홍은전이 쓴 장애인 활동가 6명의 인터뷰집이다. 잘 알려진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를 비롯해 인천민들레장애인야학의 박길연, 장애여성운동운동가 박김영희, 대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박명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이규식,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조직하여 대구 지역에서 장애인 운동을 주도한 노금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자의 삶은 다 달랐지만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 모두 세상에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장애인으로서 자립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꿈도 못꾸었고, 시설에서 혹은 집에서 갇혀 지낸 시간이 상당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세상 밖에 나오게 되고, 야학을 통해 공부도 하게 되면서 장애인도 충분히 이 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를 가로막는 것은 장애가 있는 몸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사회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있었다. 장애인운동 최전방에 있는 박경석 대표의 경우에는 장애를 얻은 뒤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죽으면 어머니가 속상해하니까 밖에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 교회를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바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평범하고 존엄하게 살고 싶어요.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로운 상태로요”  - 《전사들의 노래》 363쪽 ‘노금호 이야기’ 중 “장애인운동은 나 혼자 장애를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주었어요.” - 《전사들의 노래》 374쪽 ‘노금호 이야기’ 중 6명의 장애인 운동가들이 어떻게 지금과 같이 장애인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게 되었는가를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 쭉 톺아가며 그 생애사를 들려주는데, 그 안에는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등급제, 탈시설 등 장애운동에서의 핵심 이슈들과 사건들이 녹아 있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장애운동현대사를 공부하게 된다. 왜 대화로 풀지 않고, 이런 과격한 방식을 사용하느냐고 한다면, 이렇게 해야 겨우 대화 상대로 불러주지 않냐고 되물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이 지하철 시위로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는 국민의 힘 당시 대표인 이준석과 1:1 토론을 하게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을 멈춰세우지 않고 고상하게 대화하자고 했다면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까? 힘없는 자에게는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마이크가 되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생애사를 읽는데, 중간중간 눈물이 차올랐다. 이들의 삶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너무 ‘뜨거워서’다. 이들은 불쌍해서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시혜적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대등한 동료 시민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밖으로 나올 수 없게끔 설계해두어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겪는 불편함은 당연시되어야 하는 것일까? 장애인을 배제하고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어떻게 타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사회에서 이들이 다수가 아니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질문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도 뜨겁게 차오를 것이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밝은책방 대표)
김소리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밝은책방 대표)
신간소식
더보기
신간소식 이미지
[신간소식]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 출간
2023-05-15
신간소식 이미지
[신간소식] 하태영 동아대 로스쿨 교수, 《형사법종합연습》 출간
2023-05-09
신간소식 이미지
[신간소식] 이은경 박사, 《소멸시효에 관한 외국 판례 연구》출간
2023-05-09
신간소식 이미지
[신간소식] 《친밀한 감시자》 (탕페이링 著, 서지우 옮김, 유유 펴냄)
2023-05-19
로튜브 ON
1 / 2
법조인 소식
더보기
개업
윤지상·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설립
2023-05-22
법무법인 KNC, 최완주 전 서울고법원장 영입
2023-05-19
대륙아주, 김우현 전 검사장 등 전문가 47명 영입
2023-05-15
장호중 전 검사장, 투명경영 법률사무소 설립
2023-05-15
lawfirm-kimchang.png
lawfirm-yulchon.png
lawfirm-barun.png
lawfirm-jipyong.png
lawfirm-hwawoo.png
lawfirm-leeko.png
lawfirm-logos.png
lawfirm-bkl.jpg
lawfirm-aju.png
lawfirm-dongin.png
등재신청
수정 및 삭제 신청
본인정보인증
쿠폰 등록
지금 유료 열람권을 구매하면,
37,846명의 법조인의 상세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요.
구입하고 상세정보 보기